탄소중립 농업 포럼에서의 전문가 토론
2023년 10월 22일, aT센터에서 개최된 탄소중립 농업포럼은 농업 부문의 탄소 감축을 주제로 한 국내 최초의 창립 포럼으로, 각계 전문가와 현장 농민이 함께한 심층 토론의 장이었습니다. 이 자리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천 가능성과 정책 방향, 기술 보급 전략까지 아우르는 실제적 논의의 시작이었습니다.
2024년 탄소중립 농업 이슈와 정책 방향
기후위기의 심화로 인해 농업 분야는 그 어느 때보다 탄소중립 전환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농축산업에서 상당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 수립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2023년 하반기 정부의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농업 부문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의 중요한 축으로 지정됐고, 그에 발맞춘 전략으로 ▲저탄소 농기계 보급 확대 ▲토양 탄소 흡수력 제고 ▲축산 분뇨 관리 강화 ▲농업 폐기물 재활용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공개된 2024년 정부 정책 초안은 ‘자율성과 실효성의 조화’를 핵심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가의 자발적인 감축 활동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탄소 감축 성과가 입증된 농산물에는 ‘저탄소 인증’ 라벨을 부착하는 방안이 시도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시장 기반 감축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됩니다. 농민들이 탄소중립 정책의 실익을 체감하지 못하면 참여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특히 고령 농민이 많은 한국 농촌 현실에서는 ‘무조건적인 기술도입’보다 ‘현장 맞춤형 설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포럼 현장에서 다수 나왔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전문가 발표 요약
포럼의 핵심은 각 전문 발표였으며, 이들은 탄소중립 농업이 단순한 환경 의제가 아니라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전략임을 강조했습니다. 서울대 농경제학과 김태진 교수는 발표에서 “농업은 기후위기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배출 주체로서, 책임과 권리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며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정책적 일관성과 실행 주체의 다양성 확보’가 탄소중립 농업 성공의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발표 중에는 ICT 기반의 농업 자동화 기술이 탄소 절감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소개됐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팜을 도입한 경기도 A농장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존 대비 23% 절감한 사례를 통해 기술이 현실에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줬습니다.
또한, 농민대표 박동수 씨는 “우리는 정책이 아니라 일상의 효율성으로 탄소를 줄이고 있다”며, 정부의 매뉴얼 중심 정책이 농민에게 너무 추상적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특히 저비용 유기농 자재, 지역순환형 자원 활용 등 농민이 이미 실천 중인 방식이 제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이 외에도 발표에서는 일본의 ‘탄소흡수형 유기농 지원정책’, 독일의 ‘지방정부 연계형 농업 감축 예산 제도’ 등이 소개되어, 한국 농업정책이 참고할 수 있는 글로벌 사례로 평가됐습니다.
전문가 토론에서 제기된 주요 쟁점 정리
포럼의 백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종합 토론 세션이었습니다.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학계, 민간 농업단체, 그리고 현장 농민까지 다양한 입장에서 탄소중립 농업의 현실과 미래가 논의되었습니다. 첫 번째 쟁점은 ‘정책의 실효성과 참여 유도’였습니다.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농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순한 행정적 지시가 아닌, 실질적 수익과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두 번째 쟁점은 ‘기술의 불균형 확산’이었습니다. 대규모 농장이나 스마트팜이 아닌 소규모 농가에서는 탄소 저감 기술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였습니다. 고령화된 농촌 인구 구조, 낮은 디지털 활용 능력 등으로 인해 오히려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정부 차원의 ‘탄소중립 농업 전담 컨설턴트 파견’, ‘기술 리스 지원제도’ 등이 논의되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농업이 갖는 환경-경제 균형’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던져졌습니다. 즉, 농업은 식량 생산이라는 공공재 역할과 동시에 환경 파괴라는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는 이중성을 갖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 감축 효과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농업 전체 시스템의 친환경 전환을 유도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농민의 생계 안정과 사회적 책임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포럼은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 플랫폼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각 지자체별 탄소중립 농업 워킹그룹 구성, 대학과의 산학 협력 확대, 농민 대상 연속 포럼 운영 등이 후속 방안으로 제시되며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결론: 농업에서 시작하는 탄소중립, 지금이 행동할 시간
탄소중립 농업은 단순히 기후 대응 차원이 아닙니다. 그것은 농업의 미래를 지키고, 후세에게 건강한 환경과 먹거리를 물려주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이번 포럼은 이 같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현장과 정책, 기술과 사람, 환경과 경제’를 함께 이야기한 귀중한 자리였습니다.
이제 과제는 실행입니다. 정부는 더 유연한 제도 설계와 구체적인 인센티브 모델을 제시하고, 농민은 실천의 주체로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연구기관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지원하고, 시민은 저탄소 농산물을 선택하는 소비 패턴으로 변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탄소중립 농업의 성공은 단순히 정부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행동에서 시작되며, 지금이 바로 그 행동을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